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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여정/에버랜드 캐스트

로망 가득 에버랜드 캐스트 알바 #2. F&B 할만 한가? 부서 이동 가능성? , 업무 종류, 난이도 (절망편)

 

 

 

지난 편에 이어 에버랜드 캐스트 아르바이트 후기입니다!

 


#. F&B 할만 한가?

 

혹시 제 2의 소울리스좌를 꿈꾸고 있나요?. <유튜브 "티타남" 채널 캡쳐>
미치도록 신나게 일하고 싶었나요? F&B에서는... <유튜브 "티타남" 채널 캡쳐>

 

아마존 랩을 읊다가 우연히 찍힌 영상으로 유명해지는 나? 미친 텐션으로 클럽 즐기듯 일하는 나? 예쁜 코스튬을 입고 동화 같은 파크를 거닐며 매일 같이 예쁜 인생 사진을 건지는 나?

 

 

아무래도 에버랜드 알바를 지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상의 나라 에버랜드에서 펼쳐질 재미있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겠죠? 그리고 그들에게 F&B란... 예상치 못한 복병처럼 느껴질 테고요... F&B에 배치받아 슬퍼하고 있는 분들이나, 혹시 원하는 부서에 가지 못하고 F&B에 가게 되면 어떨지 걱정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

 

F&B! 그중에서도 에버랜드 3대 헬매장이라 불리는 차이나문에서 찐하게 경험한 F&B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F&B는 힘들지만 재미있습니다! ㅋㅋㅋ

 

 

에버랜드 캐스트 F&B 차이나문 매뉴얼
차이나문 매장 홀 근무자 매뉴얼. 대기업답게 꼼꼼하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적혀있다. 삼성물산의 자산이라며 대외 유출을 금지한다는 무서운 조항도 적혀 있어서 모자이크 했다.
에버랜드 캐스트 F&B 차이나문 홀 매뉴얼
매뉴얼이 조금 두꺼운 편이지만, 겁먹을 필요 없다. 어차피 매뉴얼대로 안 한다! 참고용일뿐... 실제 업무는 선배 근무자들이 OJT로 (On The Job traning이라고, 현장에서 실습하는 것을 뜻한다.) 잘 가르쳐준다. 애초에 매뉴얼은 배치 첫날 2시간 정도 구경하고 나면 그 이후로 보여주지도 않는다. ㅋㅋ

 


#. 업무 종류

 

일단 F&B로 배치받으면 각자 일할 매장에서 홀과 주방이라는 두 가지 포지션 중 하나를 맡게 됩니다. '홀' 근무자는 테이블 정리, 손님 응대, 기물(수저, 그릇 등) 정리, 포스 계산 등을 담당하고, '주방' 근무자는 기물 세척, 음식 조리 등을 담당합니다. '후드'(예를 들어 국물, 면, 토핑 상태로 각각 준비되어 있는 짬뽕을 손님 주문과 동시에 한 그릇에 담아 드리는 일) 또는 '퇴식'(손님이 다 드신 그릇을 정리하여 세척 담당에게 넘기는 일)은 매장에 따라 홀 근무자가 하기도 하고, 주방 근무자가 하기도 합니다. 차이나문에서는 후드는 주방이, 퇴식은 홀이 담당했어요.

 

이외에도 탄산음료를 즉석에서 뽑아주는 디스펜서라는 기계에 시럽을 갈아주거나, 쓰레기통을 비우는 등 손님 식사에 불편이 없도록 관리하는 것이 F&B의 기본 업무입니다.

 

담당 업무 외 홀과 주방의 차이점으로는 주방 근무자가 시급이 400원 정도 높다는 것, 주방 근무자는 액세사리 착용이 금지된다는 것 정도가 있습니다. 아, 그리고 주방은 손님 응대할 일이 거의 없어요! 장점이자 단점이죠. 설령 주방에서 이물질이 섞여 들어가도 컴플레인은 홀 근무자들이 프로님(에버랜드 정직원을 '프로'라고 부릅니다.)을 불러서 처리하는 편이기 때문에 주방 근무자들은 고객 응대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적어요. 하지만 나름 에버랜드에서 손님들과 소통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꿈꿔왔을 누군가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소위 말해 현타가... 내가 에버랜드에서 일하는가 중국집에서 일하는가

 

둘 중 뭐가더 힘드냐고 묻는다면... 보통은 주방입니다. 주방이 아무래도 좁고 덥거든요. 뜨거운 물이나 칼을 다루다보니 다칠 위험도 많고요. 물론 당연하게도 맡은 일이나 상황에 따라 홀이 더 편할 때도 있습니다!

 

 

에버랜드 캐스트 F&B 홀과 주방
홀과 주방의 조화! ㅋㅋㅋ 홀 옷 위 주방 앞치마를 매고 세척을 하던 순간이다. 가끔 바쁜 매장에 지원을 가는데, 캐리비안 베이 '마드리드' 매장 홀에 지원 갔더니 주방을 도와 달라고 하셨다. 세척기가 고장 나서 다른 세척기가 있는 곳으로 그릇을 전부 옮기느라 주방에 일손이 부족했다나... 덕분에 힘들었지만 프로님들 감시 없이 주방 친구와 편하게 일할 수 있었다.

 

 


 

#. 난이도

 

사실 업무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위에 언급했듯 단순한 일들이거든요.

 

"손님 나가시면 이용하신 테이블 닦기", "손님이 짜장면 주문하시면 면 사리 한 봉지 삶아 달라고 해서 그 위에 짜장 한 국자 담아 드리기", "세척기에 그릇 넣기" 같은 일들은 1분만 배우고 몇 번 해보면 다 할 수 있을겁니다. 음식 조리 같은 경우에는 혹시 음식 망칠까봐 걱정하실 분도 있겠지만 괜찮아요, 레시피가 다 있습니다! 면 삶기는 초 시계가 있어서 뜨거운 물에 잘 담갔다가 꺼내기만 하면 됩니다. 짜장 볶기 같은 경우에는 대량으로 조리하다 보니 양파 같은 거 몇 그램 더 넣어도 티 안 납니다. 그리고 손님들이 기대하는 것이 수준급 요리가 아니기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더 짜고 싱겁고 하는 정도는 별문제 안 삼으십니다. 물론 위생이나 핵심 재료 등은 신경 써야지요!

 

문제는... 업무량과 속도입니다!

 

단순한 일이긴 한데... 너무 많아요!!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는 대기 줄이 없는 날이 없을 정도로 항상 바쁘거든요. ㅠㅠ 테이블 회전이 어찌나 빠른지, 홀 한 바퀴 돌고 나면 또 다른 손님이 다 드시고 일어나시니 쉬지 않고 홀을 돌며 테이블을 정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포스 계산'이나 '퇴식'처럼 좁은 공간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업무의 경우 손이 엄청 빨라야 해요! 포스 담당일 때는 손님들이 최대한 덜 기다리실 수 있도록 계산을 정신없이 빠르게 처리해야 합니다. 퇴식구에서도 손님들이 다 드신 식기를 들고 서 계시면 무척 민망하기 때문에 받은 즉시 음식물과 그릇을 촤라락 정리해서 세척 담당에게 넘기고, 다음 손님이 들고 계신 그릇을 빠르게 받아 또 정리해야 합니다.

 

짜장은 한 솥 볶는데 20분 정도 걸린다는데, 바쁠 때는 2시간 동안 여섯 솥을 연속으로 볶기도 하고, 3시간 연속으로 세척기에 그릇을 넣고 있으면 혼이 빠지죠...

 

에버랜드 캐스트 F&B 차이나문 퇴식
마감 청소가 보통 1시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마지막 손님 식사 마치시고 마감을 시작하면 11시 퇴근이다. 그래서 8시쯤부터 손님 안 계신 구역 위주로 미리 청소를 해놓는 편이다. 퇴식구에서도 반을 미리 청소해놓고 청소한 곳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비닐로 덮어둔다. 퇴식구 정리하던 친구를 지나치고 있었는데, 뭐 하냐니까 알코올로 자기 퇴식하고 있다고 적어줬다ㅋㅋ

 

근무시간이 길고 쉬는시간이 상대적으로 너무 적어요!

평균적으로 오전 9시 30분 출근하고, 오후 9시 30분 퇴근해서 12시간 정도 일하는데요,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각 50분을 제외하고는 딱 1번, 25분 정도만 쉽니다. 근로기준법상 4시간마다 30분씩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점심 저녁 시간과 1번뿐인 휴게시간을 합치면 야속하게도 법을 어기는 것은 아니에요. 그래서 할 말이 없다...

 

요즘, 3시~4시 같은 여유시간에는 일을 안 주고 12시 -2시 같은 피크 타임에만 일 시키는 얌체 사장님들 때문에 알바를 꺼려 하는 알바생이 많다고 해요. 바쁘기만하고 숨돌릴 새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F&B가 딱 그 모양입니다. 3시-5시가 딱 편한 시간인데, 그 때 돌아가며 휴게 시간 갖고 저녁 먹고 오면 또 저녁 피크 타임이었어요. 공식 쉬는시간 외에는 여유 부릴 새도 없고... 저녁 먹고 5시간을 쉼 없이 일하다 보면 정말 힘들었습니다.

 

 

어트랙션 근무자들의 경우 '대기시간'이라고 해서, 1시간 정도 근무하면 30분 정도 대기실에서 쉬는 시간을 가진다고 합니다. 물론, 말 그대로 대기시간이기 때문에 바쁘면 투입되어 일합니다. (대기시간과 달리 휴게시간은 절대 휴식 보장! F&B들... 안 그래도 짧은 휴게시간에 일 시키면 반란이 일어날지도??ㅋㅋㅋ) 하지만 성수기 주말 급이 아닌 이상 웬만해서는 대기시간에 쉬는 편이기 때문에, 하루에 많게는 4시간 정도를 쉬는 어트랙션... 바빠서 대기시간을 못 가지는 경우에도 F&B만큼의 휴게시간은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쁘든 안 바쁘든 일단 F&B보다는 더 쉰다) 일할 때는 정말 F&B보다 훨씬 열정적으로 일하는 분들이지만, 공식적인 쉬는 시간이 많으니 체력을 보충할 수 있는 게 부러웠습니다. (상대적인 박탈감...) F&B도 인력을 보충해서 대기시간 만들어 주면 좋겠네요.

 

 

그리고 자잘하게 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라리 어트랙션 같은 곳은 사고가 나면 큰일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으면 운영 중지하고 다칠 일을 안 만드는 편이지만, F&B는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손가락 찧음이나 발목 화상 같은 자잘한 부상이 많아요. 그리고 절차가 복잡하고 고과에 문제가 되어서 그런지 누가 다치면 프로님들이 치료비 내주시는 대신 산재처리는 안 해주는 경향이 있어요. 빽빽 우기면 당연히 해주겠지만... 나름 정들었던 프로님들이 개인 돈 들여가며 치료해 주시니 안쓰러움에 그냥 넘어가 주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산재처리는 빼달라는 멘트에서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자기 실수로 다친 상처를 프로님 지갑으로 치료하려니 괜히 미안해져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개인이 아니라 회사가 책임지라고 산재 처리가 있는 건데 고과라는 문제 때문에 그냥 개인이 참고 넘어가는 상황들... 대기업의 이면을 조금 보기도 했습니다. (군대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많았는데...) 

 

 


 

#. 부서 이동 가능성은?

 

공식적으로는 안되지만 가능합니다. 단, F&B 매장끼리만!

 

하도 부서 이동을 요구하는 캐스트가 많다 보니 캐스팅 센터에서 전배(전환 배치, 부서 이동을 뜻합니다.)는 절대 안 된다고 누누이 강조합니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부서 이동 안 해주면 퇴사할 것 같은 친구들은 옆 매장으로 옮겨주는 경우가 있긴 했어요. 주방이 더 힘든 편이라 주방에서 홀로 옮겨 주기도 하고요.

 

 


#. 그래서... F&B 할만 한가?

 

네! 재미있습니다!

 

에버랜드 캐스트 F&B 차이나문 퇴사
퇴사하는 날 "CLOSED" 안내판을 목에 걸고 단체 사진 찍는 전통이 있는데, 내 퇴사날 함께 사진 찍어준 전우들... 이 친구들 덕에 즐겁게 근무했다.

 

아니 지금까지 힘든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 뭐가 좋냐? 친구들이 좋아요 ㅎㅎ 힘든 일 속에서 전우애가 싹튼달까... 그 이야기는 다음 편! '에버랜드 알바 후기, F&B 희망편'에 자세히 담아보겠습니다!

 

P.S. 손님들 보는 앞에서는 휴대폰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보니 업무에 대한 소개를 하는데 근무 중에 찍은 사진을 많이 못 보여드려 아쉽네요... 블로거가 되기도 한 만큼, 평소에 사진을 어떻게든 많이 찍어야겠습니다!! ㅋㅋ

 

찾아주시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