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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여정/독후감

[독후감] 출퇴근의 역사

 

출퇴근의 역사 표지

 

 

  p337 "통근 열차에서 기관사를 제거하는 일이 가능하다면, 통근 열차에서 통근자를 제거하는 일도 가능할까? 사람들이 굳이 일터까지 여행하는 대신, 일이 사람들에게 찾아오도록 만드는 것이다. 즉 매일 아침 일이 그 기원 장소를 떠나 근로자의 집으로 찾아오고, 하루가 끝나면 원래 … 돌아가 … "

 

 초등학교 시절 교과서에 '미래의 모습' 파트에는 윤기나는 쫄쫄이를 입은 무지개 머리의 인간들이 엷은 미소를 띄고 뒷통수 달린 모니터를 손으로 가리키는 사진이 "유비쿼터스"라는 제목을 달고 항상 등장했었다. 모니터를 바라보는 인간들의 생김새는 좀 다르지만, (그 뒷통수 달린 모니터 뒤 케이블과 연결된) 네트워크 만큼은 진작에 현실화 되었다. 그리고 벌써 시행착오를 겪고, 다시 통근으로 패러다임이 회귀했다.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것쯤이야 알고 있었지만, IMB이 인도의 영어가능자를 고용해 영미권 클레임을 처리하게 하는 원격통근의 사례라든지 트위터, 애플, 야후 등 재택근무 장려에 앞장섰던 기업들이 되려 "대면(對面)의 생산성"을 강조하며 출근을 장려한다든지하는 '포스트 재택근무(?)'의 사례를 읽다보니 뭐랄까... 어느새 지나쳐 벌써 과거가 되어버린 미래를 이제야 발견한 느낌이었다. (재택근무가 아직 상용화되지 못한게 아니라, 벌써 되었다가 통근으로 회귀한 것이었다.)

 그리고 p353의 "호모 비르투알리스"라는 개념을 처음 딱 마주하니 재택근무에서 통근으로 회귀한 패러다임이 언젠가 다시 재택근무로 변화할 때쯤에는 인간이 모니터나 기계와도 감정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문득 들었다. 또 진화한 후에는 등기에 사무실 주소가 아니라 서버 주소를 기록하는 시대가 오진 않을까? 출근의 거점이 장소가 아니라 서버가 된다면 말이다. 또 제타바이트 시대가 도래하면, 화소를 높여 화질을 높이듯 데이터를 키워 정보의 질을 높이던 시대를 지나 데이터의 최적화와 경량화가 강조되는 시대도 오지 않을까? 짧은 거리만 운행하는데도 굳이 큰차를 몰던 미국인들이 석유파동 이후 실용적으로 돌아선 것 마냥 말이다. … 뒤늦게나마 앞서나간 미래를 쫒아가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인지 이런 호기심이 불쑥불쑥 계속 떠오른다.

 

 한편, 런던의 철도사는 일반적인 역사 서술과는 다르게 쓸데없이 자세해서 오히려 더욱 몰입되었다. 보통 역사는 너무 방대하다보니 주제별로 중요한 사건들과 그 영향 정도만 기술하는데, 이 책은 '어디에 어느 역이 건설되어 그 동네 언론이나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또 어디에 어느 역이 건설되어 그 동네…' 길게 서술했다. 그 시절 기사나 인터뷰는 쓸데없는 듯 했지만 천천히 그 시대 이야기로 빠져들게 만드는 유용한 '썰'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철도의 확장으로 마을별로 달랐던 시간들이 열차의 도착시간에 맞춰 동기화 되었다는 것, 부유한 사람들만 타던 철도에 노동자 계급이 타기 시작하면서 말 섞는데 불쾌함을 느껴 열차에서는 조용히 책이나 신문을 보는 문화가 생겼다는 이야기까지 흥미로운 사회사가 야사마냥 덧붙여졌다. 이는 역이 건설되고 교외가 확장되어 주민들이 늘어나기 시작하길 다섯번째 반복할 때 즈음의 지루함을 덜어주었다.

 

 

 솔직히, 책이 좀 정리가 안된 느낌이다. 보통 역사는 시대순이나 주제별 분류 순으로 잘 정리되어있는데, 이 책은 시간순인 듯 하면서도 곁길로 너무 많이 샌다 그러다보니 정신이 없고, 이 독후감도 신변잡기적으로 써버렸다. 그래도 그 덕에 별관심없었던 "출퇴근의 역사"에서 탈주하여 여러 재밌는 사회사를 접할 수 있었다.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에 집중하다보니... 벌써 세이브용 원고로 남겨둔 트레바리 독후감을 벌써 두 번째 꺼냅니다. 분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