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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비평

[슬램덩크 더 퍼스트] 관람 후기 #스포 O

헌혈 후 메가박스를 받아 재밌다고 소문이 자자하던 슬램덩크를 보고 왔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소문대로 재미있었어요!

 

 

1. 독특한 그림체

 일단 그림체는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만화책의 거친 펜터치가 살아있으면서도 3D 입체감이 살짝 덧입혀져 있고, 수채화 느낌의 그림에 CG 느낌의 움직임 표현... 뭐랄까 각각의 요소는 한 번씩 봤던 것이지만 섞어놓은 컨셉 색달라서 개인적으로는 처음에 살짝 어색했습니다. 그래도 원래 만화책이었던 배경을 고려하며 보다 보니 어느 정도 적응이 돼서 나름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2. 뚜렷한 캐릭터

신기한 것은 만화 원작 기존 애니메이션이 101부작이던데, 그 긴 시간 동안 그려졌을 캐릭터의 정체성이 영화 한 편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고스란히 전해졌어요. 슬램덩크에 대한 배경지식은 강백호라는 빨간 까까머리 주인공이 있고, 채치수 등등의 같은 농구부원들이 농구하는 만화다 정도가 전부였는데, 영화 속 장면 장면들이 군더더기 없이 캐릭터의 정체성을 놀랍도록 잘 표현하다 보니 이 영화 한 편 만으로도 캐릭터들의 서사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농구밖에 몰랐고 농구 판에서는 자기가 최고인 줄 알았던 서태웅은 강적을 만나 팀웤을 배우게 됩니다. 최고의 팀을 만들고 싶었지만 의지 없는 팀원들 때문에 고민하던 채치수는 농구를 사랑하는 멤버들을 만나 최고의 팀에 대한 희망과 투지를 이어가게 됩니다. 한 때 방황했던 정대만은 자존심은 버리고 끈기 있게 경기에 임하여 팀이 뒤처질 때마다 3점 슛으로 투지를 불어 넣었습니다. 농구 밖에 모르고 자기고 농구 판에서는 최고라고 자부하던 서태웅은 더 강한 적수를 만나 팀웤을 배우게 됩니다. 자기가 천재니까 자기만 믿으라던 강백호는 처음엔 동료들의 무시를 당하기도 했지만 실력과 패기로 인정을 받습니다. 어머니와 형과 사별하고 억척스러워진 송태섭은 위기가 있을 때마다 억척스럽게 경기를 풀어나갑니다.

 

크으... 정말 간결하고 뚜렷한 서사다 보니 이해가 안 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원래 복선이 많고 설정 오류 없이 깔끔하게 풀어내는 영화들을 좋아하는데요, 이 영화는 딱히 복선이랄 것은 없지만 경기 장면 중간 중간 회상 장면을 통해 이 캐릭터의 농구 플레이는 왜 저런 스타일인지, 이 캐릭터는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등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니 캐릭터에 공감도 잘되고 이야기 서사도 매끄러워 좋았습니다.

 

 

3. 디테일한 연출

연출은 무척 디테일 했습니다. 실제 농구를 보는 듯했어요. 농구 경기를 즐겨보진 않지만, 프로의 움직임을 참고한 게 분명해 보입니다. 대충 작가가 상상한 대로 그려낸 것이 아니라 실제 농구 경기에서 볼 법한 플레이 스타일과 포즈였어요. 덕분에 주인공 팀의 승리를 예상하면서도 실제 경기를 보는 듯한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심지어 뛰다가 무릎에 걸리적 거리는 바지를 손으로 살짝 들어올린다든지, 어릴 때처럼 아무렇지 않게 좁은 동굴로 들어가다 키가 커버린 탓에 머리를 찧는 장면이라든지 하는 디테일까지 신경 쓴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그리고 앞서 캐릭터를 언급한 내용과 살짝 중복되긴 하는데,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방식의 연출 덕에 캐릭터에 몰입하기도 좋았습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주인공은 빈민가 아이가 학교에서 배웠을리 없는 어려운 문제들을 실제 빈민가에서의 경험을 떠올려 풀어가는 영화인데요. 그러다보니 퀴즈쇼와 회상씬이 계속 번갈아 나오죠. 슬램덩크는 영화 한 편에 캐릭터들의 서사를 모두 담으려다 보니 각각의 이야기를 따로 풀기는 어려웠을 텐데, 어떤 패스, 전략, 슛 장면이 나올 때 그 플레이가 나오게 된 배경 이야기가 나오는 식으로 캐릭터 서사를 짧게 풀어가니 여러 캐릭터의 이야기를 한 영화에 더 잘 담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4. 총평

처음에 슬램덩크는 강백호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송태섭과 투톱인가 보더군요. 나루토와 사스케 정도의 위치랄까. 강백호는 서사가 있다기보다 그냥 장난기 많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특징이 강한 캐릭터다 보니 백호의 서사를 담백하게 풀고 그냥 그의 행동으로 캐릭터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 그리고 송태섭의 이야기에 조금 더 힘을 준 것이 영화가 담백하게 해서 좋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스포츠나 격투 이야기는 주인공이 이길 것을 대체로 예상하기에 그 긴장감을 주기 쉽지 않은데, 점수 차를 크게 벌려 놓고 좁혀질 듯 말 듯 하며 언제쯤 좁혀질지 모를 쫄깃함을 느끼게 하는 스토리텔링이 좋았습니다. 당연히 버저비터로 이기겠거니 하는 예상은 대충 했는데, 마지막 순간까지 엎치락 뒤치락 하다가 슬로우 모션과 정적, 초침 돌아가는 소리로 클라이막스 분위기를 내는데, 아주 진부한 방법이지만서도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정말 왜 재미있다고 칭찬받는지 이해가 되는 수작이라 생각합니다!

 

 

p.s. 자막판으로 보고 왔는데, 자막에 한국 이름으로 나와서 저처럼 배경지식이 애매한 사람들도 이해하기 나쁘지 않았습니다. 쿠키는 어떤 단체사진이 나오긴 하는데 옷 입고 있다가 제대로 못 봤어요... 근데 그냥 사진 몇 초가 전부라서 딱히 기다려 가면서 볼 필요까진 없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