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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비평

[블랙팬서2 후기/스포O] 감수성이 삼킨 와칸다 대신 탈로칸 팬 할래 이제

 

오늘은 "블랜팬서2 와칸다 포에버"를 보고 왔어요. 개인적으로 마블 캐릭터 중에 블랙팬서를 가장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영화의 평이 살짝 아쉬움에도 굳이 영화관에서 보고 왔어요. 그리고... 블랙팬서에 실망하고 새로운 빌런인 탈로칸에 반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블랙팬서2 와칸다 포에버"의 내용을 스포일 합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주의하세요!


 

 

1. 아쉬웠던 이유

# 슬슬 피로해지는 새로운 설정 공부하기

마블 세계관 탄생의 일등 공신은 하이드라와 쉴드의 과학자들이라고 생각해요. 캡틴 아메리카를 양성한 혈청, 그 혈청과 감마선이 만든 헐크, 앤트맨을 탄생케 한 핌 테크, 퀵실버와 스칼렛 위치를 양성한 테서랙트 실험, 아이언맨의 아크 원자로에 대한 힌트를 남긴 실드 요원 하워드 스타크 등등... 캐릭터의 정체성을 만든 설정들이죠. 어차피 대부분의 관객들은 '질량의 변화는 없다면서 크기에 따라 무게가 달라지는 듯한 연출을 보이는 앤트맨의 설정 충돌' 같은 것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잖아요? 그냥 슈퍼히어로가 된 개연성을 불어넣기 위한 도구로 "천재들의 하이테크"가 이용되었을 뿐이니까요.

 

그리고 마블 세계관 확장의 일등공신은 멀티버스죠. 여러 외계인과 신들의 등장과 그 기술들이 영화를 다채롭게 만들어 주었으니까요. 아, 닥터 스트레인지의 마법도 다른 차원의 힘을 빌려왔다는 식으로 대충 설명해주고요.

 

그런데 이제 상상력을 자극하는 새로운 설정을 만들어내는데 슬슬 뇌절각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블랙팬서의 하트허브 정도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한 모금 마셨다고 몸에 아가미가 생기는 풀이라니... 대충 주술사의 기도에 응답해 신이 내린 특별한 약이라는 식으로 설명하는데, 사실 납득이 잘 안 됐어요. '이건 또 무슨 설정인가' 싶었습니다. 주술사는 어찌 그리 확신을 갖고 모든 부족원들을 설득할 수 있었는지, 이제는 저런 약초들이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키게 될 것인지 등등이요.

 

차라리 "토르, 러브 앤 썬더" 영화 속 신들의 도시인 "옴니포턴스 시티"에 살던 "케찰코아틀"이 현신해서 "임신 중인 여인을 인신 공양하면 그 두 영혼으로 새로운 왕을 줄 것이며, 스스로를 제물로 바친 사람들에게 강한 힘과 작은 저주를 줄 것이다"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지상에 살던 어머니의 영혼의 영향으로 지상에서도 호흡할 수 있는, 두 영혼을 가진 왕의 탄생은 신의 개시를 통해 개연성을 얻을 것이고 신에 의해 죽었다가 살아나는 편이 아가미가 생기는데 그나마 설득력을 더할 수 있을 것이며 저주를 조금 얹어서 지상에서 호흡하지 못하고 지상 사람들에게 반감을 가진 것을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어차피 마블 세계관에 신들이 존재한다는 것쯤은 관객들이 이해하고 있으니, 그 편이 이해하기 쉬웠을 것 같아요. 또 뭐 새로운 방법으로 대충 얼버무리듯이 설명하는 대신요.

 

그리고 새로운 설명이 피로하긴 하지만, 타노스에 의해 인구 절반이 사라진 "블립" 때 뭐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언급처럼 나름 꼭 필요해 보이는 설명은 막상 없더라고요. 여러모로 설정들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 거슬렸던 설정들

설정 이야기하는 김에 덧붙이자면, 영화 후반부에 미국인 천재 소녀가 직접 제작한 (그리고 딱히 설명은 없지만 와칸다에서 엄청 업그레이드 해준 듯한) 슈트를 입고 탈로칸 인을 총으로 쏘는 장면이 나옵니다. 물론 살상력을 낮춘 무기일 수도 있지만, 숙련된 군인조차 주저하는 살인을 너무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모습이 어이없었습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외계인과 싸우는 이야기라면 모를까 다른 나라끼리의 분쟁에 휘말린 민간인이 한쪽 편을 들어 목숨 걸고 싸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살인을 저지르는데 거리낌이 없다? 이해가 안 됩니다. 물론 여왕의 희생에 느낀 바가 많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악당을 처치하는 것과 전쟁에서 적국을 상대하는 것은 분명 다르죠.

 

그리고 이 소녀를 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미국인 경찰이 살해당하는데, 탈로칸의 존재를 비밀에 부쳤으니 이는 와칸다가 저지른 일로 처리되겠죠? 아니 미국인을 죽이다는 게 얼마나 큰 문제인데 국제분쟁을 어찌 감당한 것일까요? 쿠키영상에서 CIA로 호송하는 죄수를 탈취하는 것은 또 어떻고요? 와칸다 너무 깡패 아닌가요? 여기까지 생각하는 것은 사실 이건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설정 자체가 너무 무리수로 보이다 보니까 여러모로 불편하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 감정적으로 변해버린 와칸다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면, 전통과 명예를 중시하던 와칸다가 감성에 휘둘리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도라 밀라제의 장군 오코예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사람이 아닌 왕에게 충성하는 그녀는 티찰라를 따르고 싶었음에도 왕위 계승권을 건 결투에서 승리한 은자다카에게 충성했고, 티찰라가 생존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왕위를 건 결투가 끝나지 않았다며 기존 왕이었던 티찰라에게 다시 충성했습니다. 장군답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사명을 다했죠. 그리고 당시 전통은 무시하고 자기 아들이 왕이 돼야 한다며 울기만 하던 라몬다 여왕이 그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는데, 슈리가 이에 영향을 받았는지 왕치고 너무 감정적이에요.

 

탈출 당시 탈로칸 초병에게 중상을 입혔는데, 슈리가 자기 입으로 그의 죽음이 전쟁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자기가 촉발한 전쟁터에 나온 네이머에게 총을 쏘네요? 저는 네이머를 만나면 상황을 설명할 줄 알았는데... 자기가 원인 제공해 놓고 왜 무슨 원수 보듯 총을 쏘는 건가 싶었어요. 물론 일단 공격받은 입장에서 방어를 위해 몰아내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전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화를 참고 협상을 시도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더구나 자기 어머니 죽였다고 복수심에 불타 확전이라니... 너무 감정적이었어요.

 

그리고 자기 나라 국민들보다 미국인 소녀 목숨을 더 중요시하는 것도 이상하고, 여러모로 와칸다라는 국가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모습이 많이 나와 아쉬웠습니다.

 

 

 

 

2. 좋았던 이유

# 입체적인 새 캐릭터 "네이머"의 설득력 있는 서사

그나마 영화에서 만족스러웠던 것은 네이머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요. 캐릭터의 등장에 대한 설정 자체는 의아했지만, 서사 만큼은 훌륭했습니다. 스페인 정복자에 대한 반감으로 지상인들을 미워하기 시작했고, 자기 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싸웠으며, 자기 국민의 죽음을 좌시하지 않고 싸움에 나섰고, 병사들끼리의 전투에서는 유리한 상황이었음에도 스스로 선언한 항복에 따라 와칸다에 신의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은 미래를 위하 빌드업이기도 했죠. 감성에 절여지고 오류가 가득한 와칸다의 새 왕에 비해 훨씬 설득력 있고 매력적인 서사를 가진 캐릭터였습니다.

 

 

3. 마무리

후기를 적다 보니 설정 이야기만 하다가 산으로 간 것 같은데, 아무튼 결론은 와칸다에 실망해서 팬덤은 티찰라와 함께 묻기로 하고, 전 이제 탈로칸의 네이머 팬 하렵니다. 마블이 세계관이 너무 커져서 뇌절이 많아지는 것 같은데,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보여주려고 욕심부리지 말고 이야기 하나하나를 단단한 서사와 함께 내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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